비가 내린다.
툭, 툭, 툭!
하나둘씩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더니, 이내 퍼붓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이 기다렸다는 듯이, 물통을 엎어놓은 것처럼 쏟아낸다.
우산을 깜빡한 나의 어리석음은 이제 빗줄기 속에서 감추어질 수 없다.
하지만 왠지 기분이 나쁘지 않다.
비 오는 날은 언제나 작은 모험이 시작되는 날이니까!
그리고 오늘은 그와의 첫 데이트가 있는 날이기 때문에, 그 비는 나에게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첫 만남도 비 오는 날이었다.
몇 주 전, 우산도 없이 나는 우두커니 길 한복판에 서서 비를 맞고 있었다.
사방이 뿌옇게 변하는 동안, 주변의 모든 것이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 순간, 누군가가 내 앞에 서서 우산을 씌워주었다.
“같이 쓰실래요?”
비에 젖어 찬바람이 불던 그날, 그의 목소리는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작은 우산이었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작은 세상을 만들었고,
그 우산 속에서 나는 그와의 첫 대화를 시작했다.
“비 오는 날은 참 좋아요. 운명이 우리에게 주는 특별한 우연들이 많잖아요.”
그의 말에 나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비가 내리는 동안 우리는 짧은 거리였지만, 함께 걸었다.
그리고 그 순간, 우산 속에 함께 머무른 이 작은 순간이 우리의 시작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오늘도 비가 내리고 있다.
그와의 첫 데이트날, 우산은 당연히 함께 챙겼다.
우산 아래, 우리 둘만의 작은 세계는 다시 열렸다.
우리가 걷는 거리는 비에 젖어 반짝이고, 빗소리가 우리의 대화를 가만히 감싸준다.
세상의 소음은 모두 지워진 듯, 빗줄기 속에서 우리의 발자국 소리만이 또렷하게 들린다.
“우산 속에 있으면 모든 게 멀어지는 것 같지 않아요?” 내가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었다.
“맞아요. 이렇게 빗속에서 걷다 보면, 오로지 우리만 남는 것 같아요.”
우리는 마치 이 우산이 우리 둘만의 작은 비밀 공간이라도 되는 듯, 조용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길가엔 물웅덩이들이 반짝인다.
그것들은 그저 물이 고인 게 아니다.
비 오는 날에만 열리는 작은 차원의 문 같다.
그와 나는 물웅덩이를 보고 동시에 눈을 마주쳤다.
“이걸 밟으면 어디로 가게 될까요?” 그가 묻자,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마도 우주 저 너머일지도 모르죠. 아니면 공룡들이 뛰어노는 섬?”
그는 나의 대답에 재미있다는 듯 미소 짓더니, 내 손을 잡고 물웅덩이를 향해 뛰어들었다.
물웅덩이 속에서 튀어나온 물방울들이 우리 발을 적셨지만, 그 순간의 즐거움은 더 컸다.
아이들처럼 우리는 물속에서 장난을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작은 물웅덩이 하나가, 우리를 마치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는 입구처럼 느껴졌다.
비 오는 날의 진짜 재미는 바로 경주다.
빗방울들이 우리 앞에서 땅으로 빠르게 떨어지며 나를 자극하는 것 같다.
“너희 우리보다 빨리 달릴 수 있겠어?” 하고 묻는 듯한 그 빗방울들.
나는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경주할래요?”
그는 내 도전을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대신 내가 이기면 소원 하나 들어줘야 해요.”
우리는 함께 빗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은 빠르게 땅으로 떨어졌지만, 우리는 더 빠르게 달렸다.
그가 나를 따라잡으려 할 때마다, 나는 그를 놀리듯 한 발 앞서갔다.
하지만 결국 그는 내 손을 잡고 우산 속에서 나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내가 이겼어요. 소원은, 다음 데이트도 비 오는 날로 해줘요.”
그 말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 오는 날의 낭만은 이제 그와의 약속이 되었다.
비가 내리면, 세상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달라진다.
그와 함께 우산 속에 있을 때면, 그 우산이 마치 세상을 차단하는 벽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우산 아래서만 존재하는 특별한 공간을 공유한다.
세상이 아무리 바쁘게 돌아가도, 그 작은 공간 속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빗소리마저도 우리를 위한 배경음처럼 부드럽게 들린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더 가까워진다.
비가 잠시 멈췄다.
햇빛이 구름 사이로 새어나와 비에 젖은 거리를 반짝이게 한다.
그는 내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비가 그쳐도, 우리만의 세계는 그대로 남아 있을 거예요. 다음번에도 이렇게 우산 속에서 함께할 수 있겠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을 잡았다.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할 때까지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빛나는 순간을 바라보았다.
비에 젖은 도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그 속에서 우리는 함께였고, 빗방울들이 남긴 작은 여운들은 우리에게 더 큰 사랑을 남겨주었다.
비 오는 날의 모험은 끝나지 않았다.
그와 함께라면, 매번 비 오는 날은 새롭다.
우리는 우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손을 잡고, 빗속을 달린다.
세상의 소음은 모두 사라지고, 오직 빗소리만이 우리에게 속삭인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빗속에서 서로를 발견하고, 사랑을 새롭게 확인한다.
비가 내리면, 우리의 마음도 함께 흐른다.
그리고 그 빗방울 속에 담긴 수많은 기억들은 영원히 우리를 비처럼 감싸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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