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기 시작한 건 오후 늦게였다. 우리는 언제나처럼 비 오는 날이면 함께 보내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오늘은 특별한 계획은 없었지만, 비가 내린다는 이유만으로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는 조금 늦을 거라고 미리 알려왔지만, 나는 그곳에서 편안하게 기다렸다. 창밖을 보며 빗방울이 잔잔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러다 문득 카페 한쪽 벽에 붙어 있는 게시판이 눈에 들어왔다.
게시판에는 수많은 손글씨 편지들이 붙어 있었다.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 우정의 편지, 그리고 누군가의 비밀스러운 감정이 담긴 짧은 쪽지들. 나는 잠시 흥미롭게 그 편지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하나의 편지가 눈길을 끌었다.
“비 오는 날 너와 함께 걷는 게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야. 네가 모를 수도 있지만, 나는 매번 너와의 시간이 기다려져. 언제나 나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나는 그 편지를 읽고 미소를 지었다. 편지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도, 그 마음이 얼마나 순수한지 느껴졌다. 잠시 편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을 때,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하고 있어?” 그는 어느새 내 옆에 서 있었다.
“아, 그냥 여기 게시판에 붙어있는 편지들 좀 보고 있었어. 이거 봐, 정말 예쁘지 않아?” 나는 그에게 방금 읽은 편지를 가리켰다.
그는 나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누가 쓴 걸까?”
“모르지. 비밀스럽잖아. 근데 참 사랑스럽다, 그치?” 나는 편지를 가리키며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그러자 그가 내 어깨 너머로 살짝 다가왔다.
“사실 나도 너한테 편지 쓴 적 있어.” 그가 갑자기 고백했다.
“정말? 언제?” 나는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카페에 처음 왔을 때... 그때 내 마음을 편지로 적어봤거든. 물론, 말하진 못했지만.”
나는 순간 멈칫했다. “설마... 이 편지 네가 쓴 거야?”
그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그때 처음 너랑 여기 와서 비 오는 날 창밖을 보며 이 편지를 썼어. 그러고는 벽에 살짝 붙여놨지. 근데 네가 오늘 그걸 발견했네.”
나는 깜짝 놀라면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땐 말할 용기가 없었거든." 그가 조금 부끄러운 듯 말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제라도 알게 돼서 정말 다행이야. 나도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해.”
그의 편지를 발견한 건 우연이었지만, 그 순간은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특별했다. 비 오는 날이면 우리는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고, 이번에도 그랬다.
그러다 우리가 얘기를 나누고 있던 찰나, 카페 안에서 작은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카페 주인장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는 날이었는데, 오늘은 감미로운 곡이 우리의 배경 음악이 되어주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음악까지 있으니 완벽한 날이네. 춤 출래?”
나는 그의 손을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안 돼?”
그렇게 우리는 카페 한복판에서 피아노 선율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내 손을 부드럽게 감싸며 천천히 이끌었고, 발걸음은 마치 그 음악에 맞춘 듯 자연스레 움직였다.
창밖으로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빗소리와 피아노의 잔잔한 선율이 조화를 이루며 카페 안을 채우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피아노 소리는 우리의 대화가 필요 없을 만큼 모든 감정을 전달해주고 있었고,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짓기만 했다.
그의 눈빛은 말하지 않아도 모든 걸 알 수 있게 해주는 듯, 따뜻하고 깊었다. 내가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자 그는 부드럽게 나를 끌어안았다.
그 순간 그의 심장 소리가 나에게까지 느껴졌다. 마치 두 사람의 심장이 하나로 뛰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를 둘러싼 카페의 손님들은 모두 조용히 앉아 우리를 지켜보며 미소를 띠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우리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마치 그들 모두가 이 순간을 축하해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주변이 아무리 시끌벅적해도 우리는 그 속에서 오로지 둘만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
나는 그의 어깨에 살짝 기대며 낮게 속삭였다. “이 순간,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그는 나를 더 꽉 안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나도. 널 품에 안고 있는 이 시간이 내겐 세상에서 제일 소중해.”
창밖의 빗방울은 점점 더 굵어졌지만, 우리 둘의 세계는 더 따뜻하고, 더 깊어져갔다. 주변의 모든 것이 흐려지고, 오직 우리 둘만이 피아노 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듯한 그 순간은 마치 영화의 엔딩 장면처럼 완벽했다.
그는 나를 살짝 돌리며 피아노 선율에 맞춰 나를 품에 더 안았고, 나는 그의 리듬에 몸을 맡겼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 우리 둘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피아노 선율과 빗소리는 마치 배경음악처럼 우리의 사랑을 더 깊게 해주는 듯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작은 카페에서, 단 하나의 춤을 추며 서로에게 더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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